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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안과 이전 후 힘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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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호원장 201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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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복역에서 병원이 자리 잡아간다. 그런데 압구정동에서 19년 진료할 때는 못느꼈던 문화 차이로 새로 힘든 점이 있다. 압구정동에서 진료할 때는 우리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좀 먼 곳에서 진료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그들은 비전안과 이름을 듣고 일부러 찾아온 환자들이어서 나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00% 예약제여서 그들이 예약없이 진료시간이 아닐 때 방문하면 진료를 못받고 그냥 돌아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료시간이 긴 환자들이어서 한시간당 볼 수 있던 환자 수도 적었다. 그들은 비전안과를 사랑했고 리스펙트를 보였으며 나는 그것이 고맙고 기뻤다.

 

그런데 성복역으로 이전한 뒤에는 경미한 질환의 지역주민이 많았다. 잠깐 걸어서 올 수 있기에 단순한 결막염, 다래끼, 건조증, 알러지 등의 환자들이 수시로 찾아 온다. 그들도 내가 진료하면 다른 동네안과에서 진료 받는 것보다 더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내가 아닌 다른 의사가 진료한다고 해서 크게 잘못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백내장, 녹내장, 노안, 시력교정술 등에 관련된 진료는 나에게 진료받는 것과 일반 동네안과에서 진료받는 것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쪽으로 특화된 전문 지식을 가진 나에게 이 분야 진료를 받는 것은 그 환자가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보험제도하에서는 특별한 전문지식을 가진 안과의사나 일반 동네 안과의사나 진료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전문지식을 비용 더 안들이고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실력이 월등히 나은 사람에게 진료받는 게 본인에게 더 유리하다. 나는 이런 환자들에게 서비스하여 돈을 벌고 또한 이런 환자들은 나로 인해 그동안 못누리던 혜택을 받으니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성복역으로 이전한 것이었다.

 

나의 전문분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게 내 직업 만족도에서 아주 중요하다. 같은 수입이라면 나의 전문 지식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게 더 보람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당 진료 시간이 더 길어져야 한다. 즉,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줄어 든다. 가벼운 질환 환자 2.5명 볼 시간을 더 중증 환자 1명 보는 것과 맞바꿔야 하는 정도 비율이다. 나의 전문 진료가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은 병원의 차이를 알고 오기 때문에 우리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은 상태에서 찾아오고, 그 사람이 진료를 받고 나면 더욱 더 신뢰가 높아져서 돌아간다.

 

그런데 나의 진료가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일반 동네안과로 생각하고 방문한 경우는 가벼운 질환이 대부분 이어서 진료의 내용보다는 기다리지 않고 의사에게 당장 진료받을 수 있느냐가 본인에게 더 중요해서 사소한 것에도 컴플레인이 많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병원은 점심시간이 1부터 2시까지인데 여기는 점심시간이 왜 12부터 2까지로 이렇게 기냐? 점심시간 중인 지금 12시40분 방문했지만 지금 당장 진료를 보게 해 달라. 어떤 병원에서 점심시간을 12부터 2 표기했으면 그 병원의 특수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돈 벌기 싫어하는 원장이 있겠는가? 성복역으로 이전하고 우리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1시간정도로 길게 가질 수 있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4 진료예약 했는데 4에 시간 딱 맞추어 왜 진료가 안되냐?... 안과는 환자마다 바깥 검사시간이나 의사의 대면 진료시간 길이가 다양해서 검사 시작시간인 병원 도착시간과 의사를 대면하는 진료 시작시간을 딱 맞추기는 힘들다. 초진 환자가 의료보험증이나 신분증을 안가져 오면 원래는 의료보험으로 진료가 안된다. 은행에 가서 새로 통장 개설하는데 신분증 없으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신분증이나 의료보험증이 없다고 하는 본인의 편의를 봐 줘서 신분증 확인없이 의료보험자격 조회를 위해 본인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달라고 하면, 왜 생년월일만이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다 적어 달라고 하냐?... 하며 시시콜콜 따진다. 신분증이나 의료보험증을 지참하지 않은 자기에게 편의를 봐준 직원들을 오히려 힘들게 한다.  어떤 경우는 자기 원하는 대로 안된다고 직원들에게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한의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다른 병원에서 백내장수술을 받고 시력이 불편해 방문한 환자들은 최소한 13,000원 본인 부담금을 내는 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검사없이 의사 얼굴만 보는 진료는 65세 이상인 경우는 2,000원의 본인부담금이면 된다. 그런데 이런 65세 이상의 환자가 진료비를 아끼려고 13,000원이 드는 최소한의 검사를 거부하고 2,000원만 내고 의사 얼굴만 보고 가겠다며 진료실에 들어오면 사실상 안과의사가 해줄 수 있는 설명이 거의 없다. 안과의사가 점쟁이도 아니고, 최소한의 검사없이 어떻게 환자 상태 파악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이 진료실에서 장황한 질문을 쏟아내고 자신이 수술받았던 병원에 대한 수많은 불만을 말하며 시간을 길게 소비한다. 바깥 접수실에서는 검사비를 왜 13,000원으로 비싸게 받느냐며, 2,000원짜리 진료를 받는다고 선택하여 진료실에 들어왔건만, 뒤에 기다리는 환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아예 퍼질러 앉아서 자신의 그 많은 불편이 왜 있는지 설명하라고 반복적으로 강요한다. 환자 얼굴만 보고서 어떤 안과의사가 상태를 알 수 있나? 자신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염치가 없는 것이다. 2,000원 어치 진료를 선택했으면 뒷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길게 시간을 빼앗으면 안된다.

 

이전한지 3개월여가 지났을 뿐이지만 비전안과로 새로 오는 많은 환자들이 벌써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며, 진료 후 감사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이 지불한 진료비에 비해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환자들이 표현하는 리스펙트에 우리 직원이나 나는 많이 고무되고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10명중 그런 사람이 5~6명이나 되더라도 10명중 1명 정도가 직원에게 무례하든지 하면 이 1명으로 인해 직원들의 하루가 힘든게 사람 마음이다.

 

나를 믿고 압구정동에서 성복역까지 전 직원이 따라왔다. 이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면서 새로운 스트레스를 겪게 하면 내가 그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행복감이 감소하고 나의 직업 만족도도 같이 떨어진다 .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가 나의 새로운 숙제가 되었다.

 

2018.8.19

비전안과 원장 이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