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수술전 정밀검사 (2002.4.24 에 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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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호원장 2002.04.24본문
내가 라식수술을 시작한지 5년이 넘은 것 같다. 수술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라식수술의 열풍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때라 대학병원에서도 라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고, 개업가에서는 전국의 몇몇 병원에서만 라식을 시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라식수술로 교정이 가능한 한계 돗수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으며, 각막두께의 안전도 기준에 대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크게 인지하지 못했을 때였다. 또한 고도근시는 라식이 좋고, 약한 근시는 엑시머가 좋다고 알려져 있을 때였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각막이영양증 환자에게 라식수술을 하면 각막질병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밝혀져 있지 않았을 때였다.
돌이켜 보면 라식수술을 시작할 그 당시부터 수술전 정밀검사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라식수술을 시작할 당시는 의과대학 교수의 신분이고 지금은 개업의 신분이기 때문에, 지금은 병원 경영을 고려해야 하는 점이 추가로 더 생겼을 뿐이다.
한국에서 소신껏 산다는 것은 아주 피곤한 일이다.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와 개업의로 근무할 때는 큰 환경의 변화가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맑은 이상을 모두 지키면서 명예와 부를 모두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상을 추구하면 각종 불이익과 과로로 인해 부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삶이 피곤해 진다. 따라서 대개 명예는 어느 정도 포기하고 부를 택하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살면서 자기 합리화가 되어야지 동료사회에서 바보소리를 듣지 않거나 자기만 잘났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점점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명예는 추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라식수술을 시작할 당시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에 기초를 두고 라식수술전 정밀검사를 하고 수술후 많은 검사를 다 한다. 물론 그 많은 검사는 10명에 1명 정도만 검사 결과가 모두 필요하지,나머지 모든 사람이 다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누가 그 10명중 1명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귀찮은 검사를 모두에게 똑같이 다 한다.
대학에 있을 때는 그렇게 검사하던 의사도 개업을 하면 검사를 줄여서 일반 고객들이 편리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검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검사를 정확하게 하려면 수술전에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날이 이틀은 걸린다. 그리고 방문했을 때 한번은 산동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시간이 2시간은 소요된다. 또한 산동검사를 하면 당일 수술이 안된다. 수술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병원에 자주 와야 하기 때문에 귀찮다. 검사는 정확하게 하면 할수록 라식수술을 못할 질병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술할 고객이 줄어든다. 이렇게 하면 병원 경영에는 마이너스이다. 그런데 반대로 수술과 검사가 당일에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면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변해서 수술을 안하는 경우도 그만큼 줄어든다. 검사시간이 짧으면 많은 고객을 진료할 수 있어서 좋다. 검사를 간단하게 하는 것이 고객들의 편리함이나 병원 운영에 모두 좋으므로 수술후 검사도 간단하다. 이렇게 하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많이 된다.
간단할수록 좋다는 것은 미국에서 수술받으면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수술전 검사 리스트나 수술후 검사리스트는 한국의 일반적인 것과 비교가 안된다. 다행히 라식이 워낙 안전한 수술이라서 그렇게 해도 10명에 9명은 불만이 없다. 그러나 정밀한 검사가 필요했던 나머지 1명은 어떻게 될까?
영어 단어 "honor (명예)"가 주는 느낌은 나에게 남다른 것 같다. 한국말로 했을 때는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사회는 그 단어가 중요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미국의 해군 참모총장인 4성장군이 자신의 제복에 가짜 valor (용기) 뱃지 하나를 추가로 더 달았던 것이 언론에 보도되자 자신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권총 자살한 것이 보도된 적이 있다. 이 valor 뱃지는 생명의 위협이 있는 적지에서 직접 군사작전을 수행했던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인데 이 참모총장은 월남전에서 이 뱃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 자기 제복의 많은 뱃지 중에 이것을 한 개 더 달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밝혀지자 명예(honor)를 더럽혔다고 자살한 것이다. 국내의 많은 지도자들이 명예를 우습게 생각하고 각종 사건후 황당한 변명과 오리발을 내미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큰 문화적 차이다.
한국에서 계속 원칙을 지키고 라식수술 전과 후에 정밀검사를 모두 시행하고 그것에 따라 수술을 결정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피곤하고 마음이 조급해 지는 일이다. 내가 직접 모든 검사를 다하면 많은 고객들을 진료할 수 없다. 단기간은 병원경영에 마이너스이다. 하지만 명예를 추구하는 삶을 버리지 않고 계속 이상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 종국에는 나와 고객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